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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 100 / 빈란드 사가 : 콜럼버스보다 500년 먼저, 아메리카를 발견한 바이킹

세계사

by danielsung 2025. 9. 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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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프 에릭손은 그린란드를 떠나 서쪽으로 항해하여 나라를 발견하고 빈란드라 부른다.”

 

 

 

 

 

 

 

 

우리는 보통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으로 1492년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서, 거친 파도를 헤치고 신대륙의 해안에 첫발을 내디딘 유럽인이 있었다면 어떨까요? 그의 이름은 레이프 에릭손(Leif Erikson), 그린란드에 바이킹 정착지를 세웠던 '붉은 머리 에이리크'의 아들이었습니다. 이것은 역사책의 각주에 머물기에는 너무나 위대한, 한 바이킹 탐험가의 이야기입니다.

 

 

 

우연히 발견된 새로운 세상

 

모든 위대한 여정은 때로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레이프의 탐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비야르니 헤르욜프손(Bjarni Herjólfsson)이라는 이름의 바이킹 선장이 아이슬란드에서 아버지의 땅인 그린란드로 항해하던 중, 짙은 안개와 거센 폭풍을 만나 항로를 이탈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며칠을 표류하던 그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낯선 땅의 해안선이었습니다. 그곳은 그린란드와는 달리, 길고 평탄한 해안을 따라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야르니의 목표는 오직 그린란드에 도착하는 것이었기에, 그는 낯선 땅에 상륙하지 않고 다시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그린란드에 도착한 그는 자신이 목격한 미지의 땅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었고, 이 이야기는 탐험가의 피가 흐르던 한 젊은이, 레이프 에릭손의 귀에 들어가게 됩니다.

 

 

 

탐험가의 피는 속일 수 없었다

 

아버지 '붉은 머리 에이리크'가 무법자이자 개척자였다면, 아들 레이프는 치밀한 탐험가였습니다. 비야르니의 이야기에 매료된 그는 직접 그 땅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레이프는 비야르니의 낡은 배를 사들여 35명의 선원과 함께 그린란드를 떠났습니다.

 

그의 항해는 비야르니처럼 무작정 표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린란드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뒤, 데이비스 해협을 건너 배핀 섬을 거쳐 남쪽으로 향하는 계획된 경로를 따랐습니다. 며칠간의 항해 끝에, 마침내 그의 눈앞에 비야르니가 묘사했던 바로 그 숲이 우거진 땅이 나타났습니다.

 

 

 

'빈란드', 포도인가 초원인가

 

레이프와 그의 선원들은 그곳에 상륙하여 겨울을 나기 위한 정착지를 건설했습니다. 그 땅은 바이킹들이 살던 척박한 그린란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요로웠습니다. 강에는 연어가 가득했고, 숲에는 질 좋은 목재가 넘쳐났으며, 겨울 날씨마저 온화했습니다. 레이프는 이 땅에 '빈란드(Vinland)'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약 200년 후에 기록된 아이슬란드의 사가(saga, 영웅담)는 이 이름이 그곳에서 자라던 야생 포도 때문에 '포도주의 땅(Wine-land)'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학자들은 당시 기후를 고려할 때 포도가 자라기 어려웠을 것이라 보며, '초원'이나 '목초지'를 의미하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빈(Vin)'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추정합니다. 어느 쪽이든, 빈란드는 바이킹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습니다.

 

 

 

전설에서 역사로: 랑즈-오-메도우즈의 발견

 

레이프는 빈란드에서 성공적으로 겨울을 보낸 뒤 그린란드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그의 형제를 포함한 다른 바이킹들이 빈란드에 영구적인 정착지를 세우려 몇 차례 더 시도했지만, 그들은 그 땅의 원주민들(바이킹들은 이들을 '스크랠링(Skræling)'이라 불렀습니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빈란드는 점차 잊혀져, 수백 년간 신화와 전설 속의 땅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이 전설은 고고학적 사실로 증명되었습니다. 고고학자 헬게 잉스타드와 아네 스티네 잉스타드 부부가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 북쪽 끝에 위치한 '랑즈-오-메도우즈(L'Anse aux Meadows)'에서 바이킹 정착지의 명백한 흔적을 발굴한 것입니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에서 발견되는 것과 똑같은 양식의 뗏장을 덮은 집터, 대장간, 그리고 결정적으로 스칸디나비아에서 유래한 청동 핀이 발견되면서, 이곳이 바로 레이프 에릭손이 건설했던 '빈란드'의 정착지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 위대한 발견을 기리기 위해, 1965년 미국 의회는 콜럼버스 데이와는 별개로 매년 10월 9일을 '레이프 에릭손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비록 그의 발견이 영구적인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미지의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의 용기와 탐험 정신은 역사에 깊이 새겨져 마땅한 위대한 업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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