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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일본 최초의 고정 수도, 헤이조쿄 : 나라 시대의 시작

역사학

by danielsung 2025. 5. 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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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위대한 군주, 여신께서, 그 분의 신성한 의지로 궁전을 세우셨네.”
_작자 미상, <만요슈>

 

 

 

 

 

 

 

 

 

710년,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재위 중이던 겐메이 여제는 나라 분지 서쪽에 새로운 수도인 헤이조쿄(平城京)를 건설하며, 일본 최초의 고정된 수도를 정립했습니다. 이 사건은 일본의 정치 체제와 문화, 종교, 행정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킨 계기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헤이조쿄의 역사적 배경과 도시 구조, 이전의 수도 개념과의 차이점, 그리고 나라 시대(710~784)의 정치적·문화적 의의를 중심으로 고대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했는지를 살펴봅니다.

 

 

 

떠돌던 수도에서 고정된 수도로 : 일본 천황제의 변화

 

7세기 후반 이전까지 일본의 천황들은 고정된 수도를 두지 않았습니다. 수도란 곧 천황의 궁전이었으며, 황실의 직계 가족이 통치 기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천황이 사망하면, 궁전은 죽음의 기운이 서린 장소로 여겨져 불태워졌고, 새로운 지역에 궁전을 다시 짓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이처럼 수도가 끊임없이 이동하는 체계는 정치적 안정과 행정의 일관성을 해치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7세기 후반, 중국 당나라의 제도에 영향을 받아 중앙집권적 황실 관료제가 발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고정 수도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후지와라쿄의 시도와 헤이조쿄의 본격적인 정착

 

694년, 최초의 고정 수도 개념으로 후지와라쿄가 등장합니다. 이곳은 웅장한 궁전이 건설되며 세 명의 천황이 거주했으나, 정치적 중심지로 완전히 뿌리내리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710년, 겐메이 여제는 후지와라쿄에서 북서쪽으로 옮겨 새로운 수도인 헤이조쿄를 건설합니다. 이곳이 바로 나라 시대(奈良時代)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가 됩니다. 이후 약 70년간 헤이조쿄는 일본의 정치, 문화, 종교, 외교의 중심지로 기능합니다.

 

 

 

헤이조쿄 : 당나라 장안을 모방한 일본 최초의 계획도시

 

헤이조쿄는 중국 당나라 수도 장안(오늘날 시안)을 모델로 삼아 철저히 계획된 격자형 도시였습니다. 동서 4km, 남북 4km의 정방형 도시 구조는 질서 있는 행정 운영과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720년경 도시 건설이 완성되었을 당시, 헤이조에는 약 20만 명의 인구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큰 규모로, 일본 고대사에서 최초의 대규모 도시 문화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사례였습니다.

 

헤이조의 도시 구조는 단순한 모방이 아닌,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의 물리적 상징이었고, 이후 일본 수도 건설의 기준이 되는 모델이 되었습니다.

 

 

 

나라 시대의 정치와 문화 : 중국화의 가속

 

헤이조쿄를 중심으로 펼쳐진 나라 시대(710~784)는 일본이 정치·행정·문화 전반에서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수용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 일본은 당나라의 율령 체제를 도입하여 법률과 관료제를 정비했고, 각종 제도와 문물이 급속도로 유입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문자와 언어입니다. 이 시기를 전후로 한자(漢字)가 일본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기록 문화와 관료 행정이 크게 발달했습니다. 이는 후대 일본 문학과 교육 체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불교의 성장과 헤이조의 종교 중심지 역할

 

나라 시대는 일본 불교의 황금기이기도 했습니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를 넘어 정치적 안정과 권위의 상징으로 기능했습니다. 천황들은 불교를 보호하고 장려함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고, 이에 따라 사찰, 불상, 경전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도다이지(東大寺)입니다. 도다이지는 나라 시대 불교의 상징적 중심지로, 일본 불교의 국가 종교화 경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중앙집권적 국가로

 

헤이조쿄의 건설은 일본이 더 이상 떠도는 수도가 아닌, 고정된 행정 중심지를 통해 중앙집권적 국가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으며, 중국식 정치체제와 문화의 수용을 통한 내적 정비의 시기였습니다.

나라 시대는 문자, 불교, 도시 문화의 토대를 마련한 시기였으며, 이후 헤이안 시대와 일본 고대 문화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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