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크라수스와 파르티아의 카레 전투: 로마 공화정의 운명을 바꾼 패배

 

 

 

 

“푸블리우스의 머리를 손에 넣은 적은 가까이 말달려와 그것을 내보였다.”
_플루타르코스, <크라수스의 일생>

 

 

 

 

 

 

 

 

로마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 크라수스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는 로마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그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와 함께 로마 공화국을 주도하며 정치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러나 크라수스는 단순한 정치적 영향력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두 동료와 필적할 만한 군사적 승리를 원했고, 결국 파르티아 원정이라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파르티아 원정의 배경과 크라수스의 야망

 

크라수스는 이미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진압하며 군사적 경험을 쌓았지만, 그의 경력은 주로 정치적, 경제적 성공에 기반을 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가 각각 군사적 승리를 통해 명성을 쌓아가자, 크라수스는 자신도 이에 필적하는 군사적 업적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동방 정벌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파르티아를 침공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파르티아는 당시 로마와 견줄 만한 강대국 중 하나였으며,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크라수스는 이 지역을 점령하면 엄청난 부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방 정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파르티아의 전투 방식과 지형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군을 결정했습니다.

 

 

 

파르티아 원정의 시작과 크라수스의 실수

 

기원전 53년, 크라수스는 약 5만 명의 로마 군단을 이끌고 파르티아 제국의 일부인 메소포타미아를 침공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략적 판단 실수를 연이어 저질렀습니다.

 

첫 번째 실수는 전술적 대비 부족이었습니다. 크라수스는 로마군이 지중해 연안과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싸웠던 방식대로 전쟁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파르티아군은 기동력이 뛰어난 기병 위주로 편성된 군대였고, 광활한 사막 지형에서 로마군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실수는 정보 부족이었습니다. 크라수스는 파르티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전쟁을 준비했고, 심지어 현지 동맹 세력과의 협력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로마의 동방 원정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크라수스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카레 전투: 로마군의 치명적 패배

 

6월 6일, 크라수스의 군대는 메소포타미아의 카레(현재의 하란) 근처 사막에서 파르티아군과 맞닥뜨렸습니다. 그러나 전투가 시작되자 크라수스는 심각한 전략적 오판을 범했다는 것이 명백해졌습니다.

 

로마군의 주력은 중무장 보병이었으나, 파르티아군은 기동성이 뛰어난 기마궁수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빠르게 이동하며 로마군을 원거리에서 공격하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파르티아의 사격"이라 불리는 전법을 활용하여, 퇴각하는 척하면서도 후방을 향해 정확한 화살을 퍼부었습니다.

 

크라수스는 이러한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 기병대를 투입했지만, 그의 아들 푸블리우스가 이끄는 갈리아 기병대는 함정에 빠져壓살당했습니다. 전세가 급격히 기울어지며 푸블리우스는 전사했고, 파르티아군은 그의 머리를 창 끝에 매달아 로마군의 사기를 떨어뜨렸습니다.

 

이후에도 파르티아군의 기마궁수는 지속적으로 로마군을 공격하며 혼란을 야기했고, 로마군은 효과적인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져 갔습니다. 크라수스는 전열을 정비하려 했지만, 이미 전황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크라수스의 비극적 최후

 

로마군은 밤을 틈타 퇴각을 시도했지만, 파르티아군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혼란에 빠졌습니다. 크라수스 역시 이 과정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머리는 오로데스 왕에게 보내졌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크라수스는 교섭을 시도했으나 파르티아군에게 붙잡혀 처형당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의 머리는 파르티아의 왕 오로데스 2세 앞에서 희극 공연의 일부로 사용되며 조롱당하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로마군 약 2만 명이 전사하고, 1만 명이 포로로 잡히는 대패를 겪었습니다. 또한, 파르티아는 로마군이 남긴 전리품을 활용하여 더욱 강력한 군대를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카레 전투의 역사적 의미

 

카레 전투의 패배는 단순한 군사적 실패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크라수스의 죽음으로 인해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 간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되었고, 결국 로마 공화정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전투는 로마가 동방 확장 정책에서 처음으로 직면한 큰 좌절이었으며, 이후 로마와 파르티아 간의 오랜 대립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특히, 카레 전투는 로마군이 새로운 전술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로마는 파르티아를 정복하기 위해 수차례 전쟁을 벌였지만, 최종적으로는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마무리: 교훈과 역사적 영향

 

마르쿠스 리키니우스 크라수스는 로마에서 가장 부유했던 인물이었지만, 군사적 명예를 탐하다가 치명적인 패배를 겪었습니다. 그의 야망은 결국 로마 공화국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카레 전투는 오늘날까지도 전략적 실수와 전술적 우위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은 또한 한 개인의 야망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며, 로마 공화정의 마지막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크라수스의 무모한 원정은 로마 역사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패배로 기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