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

59. 410년 로마의 함락 : 영원의 도시를 무너뜨린 서고트족의 침입

danielsung 2025. 4. 20.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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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트족 알라리크’가 이끄는 서고트족이 로마 제국의 옛 수도를 포위하고 공격한다. 이 도시의 성벽이 돌파된 것은 800년 만에 처음이다.”

 

 

 

 

 

 

 

 

 

로마, 더 이상 제국의 중심이 아니었다

 

서기 410년, 로마는 더 이상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적 중심이 아니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권력은 이미 오래전에 동쪽으로 이동해 있었고, 황제 호노리우스는 수도를 이탈리아 북부의 라벤나로 옮긴 상태였습니다. 동방의 콘스탄티노플이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었고, 로마는 제국의 변방에 가까워진 도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마는 여전히 고대 문명의 상징이자 부유한 대도시로 번영을 누리고 있었으며,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이 도시를 튼튼하게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800년 동안 외적의 침략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서기 410년 8월 24일 밤, 갑작스럽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서고트족과 알라리크의 등장

 

로마를 공격한 인물은 서고트족의 지도자 알라리크였습니다. 서고트족은 게르만 민족의 한 갈래로, 오랜 세월 동안 로마 제국의 주변부에서 살아가며 점차 로마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로마는 외적의 침입을 막고자 서고트족을 포이데라티(Foederati), 즉 로마에 봉사하는 동맹군으로 활용했으며, 알라리크 또한 로마 군대의 일부로 참전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 부하들이 로마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고 느꼈고, 그 결과 로마를 포위하고 자신이 받아야 할 보상을 무력으로 요구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포르타 살라리아, 로마의 운명을 바꾸다

 

로마는 단단한 아우렐리아누스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성벽의 튼튼함이 도시를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포르타 살라리아(Porta Salaria)’라 불리는 성문 중 하나가 내부자의 손에 의해 열렸고, 이 틈을 타 서고트족은 저항 없이 도시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무적의 도시’라 불렸던 로마가 외적에 의해 뚫린 것입니다. 알라리크와 그의 군대는 도심 곳곳을 점령했고, 로마 시민들은 8세기 만에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파괴와 존중이 공존했던 약탈

 

알라리크의 군대는 야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서고트족 대부분은 아리우스파(Arianism)를 따르는 기독교도였으며, 그들은 로마 내의 교회당과 그곳으로 피신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을 존중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장소, 특히 이교의 신전이나 귀족의 저택 등에서는 약탈과 파괴가 벌어졌습니다. 로마 시민들이 예상했던 만큼의 대규모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절도, 살인, 강간 등 다양한 범죄가 일어났고, 장기 포위로 인해 도시의 식량도 대부분 고갈된 상태였습니다. 서고트족은 결국 3일간의 약탈 후에 로마를 떠나 곡물이 풍부한 시칠리아를 향해 이동했습니다.

 

 

 

알라리크의 최후와 로마의 충격

 

로마를 침공한 알라리크는 시칠리아를 향하던 도중 남부 이탈리아의 코센차에서 병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역사적으로도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로마의 약탈은 단순한 한 도시의 함락이 아니라, 고대 로마 제국의 쇠퇴를 상징하는 사건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로마는 ‘영원의 도시(Eternal City)’였으며, 그 도시에 외적이 침입했다는 사실은 로마 세계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후일 서로마 제국이 겪게 될 더 큰 굴욕의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로마의 약탈이 남긴 역사적 의미

 

410년의 로마 약탈은 세계사적으로도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됩니다. 비록 서고트족이 도시를 완전히 파괴한 것은 아니었지만, ‘로마 제국은 더 이상 무적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린 사건이었습니다. 이는 유럽의 고대 세계가 막을 내리고, 중세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상징적 분기점으로 여겨집니다. 이후에도 로마는 수차례의 침입을 겪게 되며, 결국 476년에 서로마 제국은 공식적으로 멸망하게 됩니다.

 

 

 

 

로마의 몰락, 문명의 전환을 알리다

 

410년 로마의 약탈은 단순한 군사적 사건이 아닌, 문명의 대전환을 상징하는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로마가 무너졌다는 사실은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믿기 힘든 현실이었고, 오늘날 우리에게는 제국의 흥망성쇠를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로마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자만의 상징이었고, 그 자만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무너질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알라리크의 침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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