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

46. 베드로의 순교 :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히다

danielsung 2025. 4. 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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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로는, 부당한 악의 떄문에… 그에게 어울리는 영광의 장소로 떠났다.”
_로마의 클레멘스, <클레멘스 1서>

 

 

 

 

성베드로 대성당

 

 

 

 

로마 대화재와 기독교 박해의 시작

 

64년, 로마 제국은 엄청난 대화재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 대화재는 도시의 대부분을 삼켰고, 수많은 시민들이 집을 잃었으며 황제 네로의 정치적 입지 또한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네로는 비난을 피하고자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 대상이 된 것이 바로 당시 소수 종교였던 기독교도들이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예수의 수제자이자 초대 교회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던 베드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로마 대화재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되어 처형되었는데, 초대 기독교 신학자 오리게네스에 따르면 그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리는 방식으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이는 그가 예수와 같은 방식으로 죽는 것을 감히 자격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으로 전해집니다. 그의 이러한 죽음은 후대 기독교 신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고, 순교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바울과 베드로, 같은 날 순교했을 가능성

 

기독교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인 바울 역시 같은 시기에 순교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는 참수형을 당했으며, 이는 로마 시민권자에게 부여된 비교적 ‘온건한’ 사형 방식이었습니다. 바울과 베드로가 같은 날 처형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며, 이는 두 인물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 나란히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역사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순교의 이야기는 단순한 전설을 넘어서, 로마 제국 하에서 기독교가 어떻게 탄압받고 또 그 안에서도 신앙을 지켜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반석’ 위에 세워진 교회: 시몬 베드로의 사명

 

성경은 베드로를 열두 사도 중 첫 번째 인물로 묘사하며, 예수는 그에게 “너는 반석(페트로스)이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베드로가 단순한 제자를 넘어, 초기 교회의 기틀을 다지는 리더로서의 사명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 사후, 베드로는 바울과 함께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방향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특히 유대인 외의 세계로 복음을 전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시리아, 그리스 등을 순회하며 설교한 것으로 보이며, 약 42년경에는 로마에 도착해 로마 교회의 실질적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추방령과 베드로의 행방

 

40년대 후반, 로마에서는 유대인과 기독교도 간의 갈등이 고조되었습니다. 이에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두 집단 모두를 로마에서 추방하였고, 이들은 56년 무렵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 역시 이 시기에 로마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베드로의 로마 체류 시기와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사료는 많지 않으며, 그가 로마에서 어디에 교회를 세웠는지조차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이로 인해 베드로의 로마 활동은 종종 신학적 상징성 속에서 해석되고 있습니다.

 

 

 

 

순교자의 유산: 바티칸과 베드로의 무덤

 

초기 기독교도에게 순교는 피하고 싶은 고통이자 동시에 신앙의 증명이었습니다. 특히 십자가형은 예수와 같은 죽음을 맞는다는 점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영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베드로 역시 그러한 순교의 상징이 되었고, 그의 시신은 동료 신자들에 의해 수습되어 매장되었습니다.

 

전해지는 전통에 따르면, 현재의 바티칸 시국에 위치한 산 피에트로 대성당은 바로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졌습니다. 이는 초대 기독교의 상징적인 장소로 여겨졌으며,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직접 바실리카 건립을 명한 것으로 기록됩니다. 실제로 1950년대에 이뤄진 고고학 발굴을 통해 베드로의 유골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되면서, 전설은 역사적 사실로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베드로 순교의 의미와 역사적 흔적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는 단순한 종교적 이야기를 넘어, 로마 제국 하에서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통해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특히 베드로의 ‘거꾸로 십자가형’은 신앙의 겸손과 헌신을 상징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 바티칸은 단지 종교의 중심지가 아니라, 이들 순교자들의 희생과 신앙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베드로의 순교는 로마 제국이라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초기 기독교가 어떤 자세로 신념을 지켜나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며, 신자와 비신자 모두에게 깊은 역사적 감동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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